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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친절한 상인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정직한 상인이에요
곽경신 사장님 '야채는 예술'저는 친절한 상인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정직한 상인이에요
#2 신영시장
곽경신 사장님 '야채는 예술'
소신상인은 작은 규모로만 불리우는 소상공인 이라는 이름 대신, 이미 각자의 소신을 가지고 행동하며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전국의 상인들 을 존중하는 카카오만의 관점입니다. 장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통 서비스라고 하 죠? 신영시장에서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곽경신 사장님에게는 서비스정신보다 더 중요한 소신 이 있다고 합니다. 20여년째 단골손님을 유지 하고 있는 곽경신 사장님의 소신스토리를 들어 봤습니다.
제 이름은 곽경신이구요. 신영시장에서 야채 장사를 한지 22년 정도 됐습니다. 남편이 먼저 여기서 장사를 시작했고, 저는 직장에 다니다가 한 이년 후에 합류를 했죠. 그래도 제가 이 자리에서만 벌써 22년이 됐어요.
- 어떻게 신영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하게 되셨 어요?
- 그 당시에 경기가 어려워서 남편이 실직 상태 였어요. 누군가 신영시장이 장사하기 괜찮다 는 얘기를 해서 한 번 와봤는데 저는 그렇게 많 은 사람을 처음 봤어요. 사람들이 막 물처럼 흘 러가는 거 있죠. 너무 깜짝 놀랐어요. 어쩜 이렇 게 사람이 많을까? 참 재밌었던 시장이었어요. 그래서 정말 맨손으로 여기저기 조금씩 돈을 빌려서 시작을 했어요.
- 장사를 이렇게 오래 지속해오신 원동력이 있었
- 사무직을 평생 하다가 장사를 처음 하려니 시 작할 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 면 몸이 힘든 직업이긴 해도 날이 갈수록 제가 선택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품목을 잘 정하기도 했다는 생각이 들고요. 야채는 꼭 먹 어야하는 품목이잖아요. 그리고 지금은 이렇 게 나름의 방식대로 장사를 잘 꾸려나가고 있 으니 나름대로의 자부심이 있어서 할 만해요.
“버릴 게 아무것도 없는 신선한 야채만 팔아요. 정직한 물건을 팔면, 손님이 알아주실 거라고 생각해요”
- 오랫동안 어떤 마음으로 장사를 하셨던 건가요? 사장님이 지켜오셨던 소신이 있을까요?
- 제 성격 자체가 워낙 정확해요. 그래서 물건이 안 좋은데 ‘괜찮아요’ 이렇게는 절대 못해요. 저는 정직한 게 제일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손 님한테 친절한 것도 중요하지만 절대 손님을 속이거나 저 스스로를 속이면 안 될 것 같아요. 물건을 속인다는 건 결국 나 자신을 속인다는 거거든요. 그래서 항상 정직한 물건을 팔되 그 물건을 손님이 가져가서 먹어보고 다시 찾아 오는 거를 기대하는 거예요. 저는 싸고 질 안 좋은 물건 많이 주는 것보다 조 금 비싸다고 느껴져도 버릴 게 아무것도 없는 야채만 팔아요. 손님이 그걸 알고 좋아서 스스로 다시 찾아와 주시는 것, 그게 제가 항상 목표하는 거예요. 성격상 손님한테 막 싹싹하고 친절하지 는 못해서 괜찮은 물건을 가지고 흠집을 잡으려 고 하는 분 있으면 오래 대화를 안 해요. 그만큼 제 물건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그냥 믿고 찾아 오는 분은 정성을 다해서 좋은 것 중에서도 제일 좋은 것만 골라서 드리죠.
- 상품에 대한 정직함과 자부심이 느껴져요. 사장님의 소신을 유지하기 위한 하루 일과가 어 떻게 되시나요?
- 야채는 바지런 떨지 않으면 금방 나 좀 살려달 라고 아우성이에요. 아침에 진열하면서 꽁댕 이가 시들었으면 잘라내고, 싹이 나고 이파리 가 끝이 노랗게 되면 다듬어주고 하루 종일 신 경 쓰면서 다듬어줘야 해요. 손님을 응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완벽한 물건을 만들어 놓고 파는 게 더 중요하거든요. 오죽하면 맞은편 가 게 사장님 하시는 말씀이 사장님은 하루 종일 제 엉덩이밖에 못 보신대요. 종일 엎드려서 바 닥에 깔린 채소 손질하고 있으니까요.
- 야채들이 모두 깔끔하고 싱싱해보인다고 생각 했어요. 이렇게 야채 종류가 많은데 사장님의 주력 상품이 있을까요?
- 저희는 철 따라 나오는 나물들보다는 사시사 철 파는 감자, 고구마, 오이, 호박, 열무같이 뿌 리나 열매 상품들이 좋아서 손님들도 다 아셔요. 그런 물건들을 다른 집보다 조금 비싸게 갖고 오거든요. 비싸다는 건 그 물건의 상품성이 좋 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아무리 싼 걸 좋아한다고 해도 좋은 거 보는 눈은 다 똑같아서 저희는 그냥 좋은 물건을 갖다 놔요. 이 시장에서는 좀 비싸게 느껴질지 몰라도 똑같은 물건을 다른 시장에서 팔 때보다는 좀 저렴하게 파니까 손님들이 알고 다시 찾아와요. 물건 사오는 건 남편이 도맡아 하는데 도매시장에서 남편 별명이 여우에요. 좋은 것만 딱딱 집어내서 그런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남편하고 저는 상품 질에 신경을 많이 써요. 요즘 같은 장마철에는 좋은 물건 사기가 사실 힘들거든요. 그래서 제가 남편한테 차라리 이런 건 안 파는 게 나으니 가져오지 말라고 화도 내고 그랬어요 하하
- 장사를 오래 하셨으니 기억에 남는 손님도 있을 까요? 단골손님도 많으실 것 같은데
- 저는 단골손님 많죠. 예전에는 오륙 십 대였던 아주머니들이 지금은 80대 노인이 되서도 계 속 찾아주셔요. 저는 성격이 그렇게 사근사근 한 편이 아닌데도 딸처럼 생각해 주는 손님들 이 참 많아요. 상냥하게는 못해도, 진실하게 하 니까 그 마음을 다 알아주시는 거 같아요.
- 단골손님들이랑 어떻게 소통을 하시는지도 궁금해요.
- 우리 가게를 포함해서 시장에서 행사를 많이 열거든요. 나이 드신 손님들은 그런 행사가 너 무 재미있고, 상품도 많이 받아 갈 수 있어서 좋 아하셔요. 그래서 행사 일정이 잡히면 제가 손 님들한테 다 전화해서 일정이랑 참여방법 같은 걸 알려드려요. 모바일로 참여해야 하는 행사 도 많은데 노인분들이 재미있으니까 어려워도 배워서 참여하시거든요. 모르시는 거 있으면 제가 알려드리고 하니까 저한테 매번 물어보시 죠.
- 오랜 기간 동안 시장이 변하는 걸 몸소 느끼셨을 것 같아요. 장사를 하며 예전과 달라졌다고 느끼 는 점은 없으셨나요?
- 하루가 다르게 막 변해서 벅차다고 느끼는 순 간도 있어요. 모바일 쿠폰이나 결제 시스템 같 이 새로 배워야 할 게 많아지는데 그야말로 뒤 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배우고 따 라가죠. 저도 이렇게 힘든데 우리 고객분들은 나이가 있으시다 보니 더 힘들어하셔요. 그래 도 알려드리면 계속 물어보시면서 어떻게든 하 시더라고요. 시장이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있 다고 생각했는데 어찌 보면 이런 식으로 시장이 노인분들과 상인들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생각 도 들어요. 편하고 좋은 시스템이 있다면 상인 도 손님도 열심히 따라가 봐야죠.
- 지금 카카오가 지원하는 ‘우리동네 단골시장’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요, 디지털 튜터분들이 직접 가르쳐주는 카카오톡 채널 교육을 받아보니 어떠셨어요?
- 저는 우리 손님들한테 전화로든, 직접 만나서 든 정보를 많이 알려드리고 있고, 그게 중요하 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카카오톡 채널을 잘 활용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어요. 야채장사라는 품목에도 활용도가 높을 것 같 아요. 예를 들어 겨울에는 배추 김장을 하잖아 요. 해남 배추나 강원도 고랭지 배추나 이런 제 품들이 얼마에 들어왔으니까 김장 배추 사러 오시라고 알림을 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여름 에는 오이지, 감자철에는 품종 좋은 감자가 어 떤 게 들어왔는지 한 번씩 메시지 보내서 알려 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손님들도 어렵지 않게 이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을 것 같고요.
- 손님들도 굉장히 좋아하실 것 같아요! 인터뷰의 마무리로 사장님의 향후 목표에 대해 서 한마디 부탁드려요!
- 아직은 제 몸이 따라주는데,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게 걱정이 되기는 해요. 그래도 몸이 따 라주는 데까지는 최선을 다해서 하고 싶어요. 또 하나는 시장 공동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상 인이고 싶어요. 시장이 있어서 제가 있는 거니 까, 시장이 활발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장사도 열심히 하고, 어르신 고객들한테 새로운 것들 을 많이 알려드리고 그렇게 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