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상세
상인 스토리
나눔을 실천하는 도시락, 70이 넘어도 계속할 거예요
박점자 사장님 ‘사랑애도시락’나눔을 실천하는 도시락, 70이 넘어도 계속할 거예요
#13 중랑동부시장
박점자 사장님 ‘사랑애도시락’
소신상인은 작은 규모로만 불리우는 소상공인이라는 이름 대신, 이미 각자의 소신을 가지고 행동하며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전국의 상인들을 존중하는 카카오만의 관점입니다. 눈 내린 겨울 아침, 차가운 공기를 뚫고 밥 짓는 냄새가 가득 퍼져옵니다. 중랑동부시장 한편, ‘사랑애도시락' 가게에서 끓이고, 굽고, 쪄낸 맛있는 반찬은 곧 중랑구 이곳저곳으로 퍼져 든든한 한 끼가 될 예정입니다. 퇴직한 어르신을 위한 일터이자, 지역 이웃을 위한 따뜻한 부엌인 이곳을 돌보는 박점자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사랑애도시락’ 박점자입니다. 손수 도시락을 만들어 중랑구 내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전달하는 일을 합니다. 20년간 사회복지사로 일했고, 40년간 면목동에서 살아 온 중랑구 주민입니다.
- ‘사랑애도시락’은 어떤 곳인가요?
- 동부시장 상인들이 좋은 일 하고 싶은 마음에 모여서 협동조합을 만들었어요. 우리가 잘하는 걸로 시장에 도움이 되고, 사회적으로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게 도시락 사업이에요. 정부에서는 취약계층을 위해 긴급돌봄 서비스를 운영하는데요, 그중 하나가 식사를 지원하는 거예요. ‘사랑애도시락’은 중랑구청과 협업해서, 도시락을 만들고 직접 배달하는 식사 지원 사업을 운영해요. 형편이 어렵기도 하지만, 투병 중인 분도 많거든요. 이런 분들을 위해서 맞춤형으로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어요.
“동네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은 상인들이 모여서 함께 사업을 꾸려가고 있어요.”
- 개개인의 몸 상태에 알맞은 식단을 제공하는 건가요?
- 그렇죠. 기본적으로 당장 식사를 못 하는 분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것, 이게 저희가 하는 일이고요. 환자분이 드시지 못하는 게 있다거나, 어떤 특정한 영양소가 부족하다거나 하면 그런 조건을 맞춰서 도시락을 만들죠.
- 처음에는 주로 일반 소비자에게 도시락을 판매하셨다고 들었어요.
- 맞아요. 지역 내 어르신들이나 취약계층 분들을 위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드는 게 첫 번째 목표였죠. 고용된 분들이 가장 잘하는 게 반찬 만드는 일이라서 자연스럽게 도시락을 시작했어요. 음식이 맛있다고 입소문이 나서 도시락도 잘 팔렸어요. 그렇지만 돈을 벌려고 협동조합을 만든 게 아니니 방향을 바꾸게 됐지요.
- 판매가 잘되면 욕심이 날 것 같은데, 수익을 내기보다 이웃을 돕는 방식을 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 사회복지사로 일했고, 또 한동네에서 오래 살다 보니 이 집 저 집 사정을 보게 되잖아요. 특히 면목동 같은 경우는 연세가 드신 분들이 많아요. 요즘엔 1인 가구가 무척 많기도 하고요. 저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식사 지원 사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 도시락을 드신 분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 말기 암 환자분을 위해 도시락을 배달한 적이 있었어요. 그분이 ‘이것도 못 먹고, 저것도 못 먹는다’며 요구 사항을 계속 얘기하시는데, 그게 수십 개씩 되면 요리하는 입장에서 참 난감하죠. 그래도 최대한 맞춰서 보내드렸어요. 그분이 다시 입원하는 길에 “마지막까지 건강하게 식사할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 내가 불편하게 여러 가지 요구를 했는데 짜증 없이 해줘서 고맙다” 하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주셨어요. 그게 참 기억에 남아요.
- 은퇴 후에 도전하신 일이에요. 새로운 일이 힘들지는 않나요?
- 항상 얘기하는 게, 여기 와서는 몸이 안 아파요. 일을 하면 몸이 아픈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는 내가 원하는 속도로 일하니까 좋아요. 나이가 60이 넘어가면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아요. 내가 일하고 돈을 벌면서도, 가족하고 휴식이 있는 삶이 더 중요하게 됐어요. 여기선 그렇게 일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 원래 요리를 잘하는 편이셨나요?
- 6남매 막내로 태어나서 누가 해 주는 밥만 먹었지, 요리를 잘해볼 경험이 없었어요. 그러다 결혼했는데 음식을 너무 못해서 시어머니한테 혼이 많이 났죠. 그래서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자격증을 따도 그걸 써본 적은 없는데, 어린이집 원장으로 일하다가 조리사 선생님이 코로나로 격리되는 바람에 대신 요리할 기회가 생겼어요. 그때 제가 한 음식이 맛있다는 칭찬을 받았죠.
- 숨겨둔 요리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중이시네요!
- 맞아요. 이 나이에 저를 불러주고, 누군가와 함께 일할 자리가 있는 게 축복이에요. 같이 일하는 선생님 중 한 분은 마트 음식 판매대에서 일하신 분이에요. 요리 센스도 있고, 포장 솜씨도 좋으세요. 연세가 있으셔도 경험에서 나오는 지혜가 대단해요. 그런 분들과 함께 일해서 저도 참 감사해요.
- 카카오가 지원하는 ‘우리동네 단골시장’ 캠페인에 참여하고 계세요. 카카오톡 채널 교육을 시작하셨는데, 어떤 점을 기대하시나요?
- 카카오톡 채널이 참 필요했어요. 지금은 도시락 배달이 완료되면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든요. 이제는 개인 전화번호를 노출하지 않고도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으니 좋아요. 또, 우리가 일하는 모습이나 음식 사진도 틈틈이 올려놓으려고요. 앞으로는 일반 소비자에게도 도시락을 판매하고 싶거든요. 기록을 남겨 놓으면 우리가 이렇게 정성껏 음식을 하는 곳이니 더욱 안심하고 드실 수 있다고 알릴 수 있겠죠.
- 누군가를 위해 한 끼 식사를 마련하는 일이 참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이 일을 해나가는 박점자 사장님의 소신은 무엇인가요?
- 퇴직한 사람을 위한 일자리가 있다는 것을 보고 이 시장에 왔는데요, 이 나이에도 여전히 일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하게 생각해요. 이웃 사랑, 이웃 나눔, 그리고 실천이 제 소신인데 제가 70살까지는 건강하게 계속 일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