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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찾는 가게, 보기 좋은 시장을 위해 움직여요

백선민 사장님 ‘목장식육점’

믿고 찾는 가게, 보기 좋은 시장을 위해 움직여요

#9 장림골목시장

백선민 사장님 ‘목장식육점’

소신상인은 작은 규모로만 불리우는 소상공인이라는 이름 대신, 이미 각자의 소신을 가지고 행동하며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전국의 상인들을 존중하는 카카오만의 관점입니다. 장림골목시장에 도착해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커다란 간판에 사장님 얼굴을 내건 가게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20년 넘게 이 자리를 지키며 가게를 운영한 부모님을 따라, 10년째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판매하는 백선민 사장님의 ‘목장식육점'입니다. 가게뿐만 아니라, 장림골목시장을 위해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그의 발걸음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부산 장림골목시장에서 목장식육점을 하는 81년생 백선민이라고 합니다. 원래 부모님이 하시던 가게입니다. 두 분은 1980년대부터 장림시장에서 장사하셨고요, 저는 부모님 일을 돕다가 10년 전부터 제 가게를 시작했어요. 부모님이 제가 장사에 소질이 있다고 하셔서 가게를 차릴 수 있었어요. 제가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고, 믿음직스럽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손님에게 신뢰를 얻는 건 장사에 꼭 필요하지만 어려운 일 같아요. 손님을 편하게 해주고, 신뢰를 얻는 사장님만의 노하우는 무엇인가요?
고기는 등급이라는 게 있고, 사람마다 취향이라는 게 있잖아요? 손님마다 취향이 다르니까, 고기마다 기름진 정도나 씹을 때 식감을 자세히 알려드려요. 기본적으로 질 좋은 고기를 최대한 신선하게 유지하려 노력하고요.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 하고 확실하게 알려주니까 손님들도 많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손해를 보더라도 거짓없이 장사하려고 노력해요.”

부모님 때부터 오랫동안 장사를 해오셨으니, 혼자만의 가게를 차릴 때 많은 가르침을 받았을 것 같아요. 이것만은 꼭 지키라는 점도 있었나요?
손님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것 그리고 항상 먹어보고 팔라는 거였어요. 제가 가게를 연 지 얼마 안 됐을 때, 어떤 분이 제게 냉동육을 저렴하게 판 적이 있었어요. 그걸 사 간 손님들은 다 고기에서 냄새가 난다고 하는 거예요. 저는 등급도 좋고 유통기한도 넉넉하니, 괜찮다고만 생각했어요. 알고 보니 그건 냉장육이어서 유통기한이 훨씬 짧았어요. 손님이 딱 끊기고 나서야 먹어봤는데 냄새나는 걸 알겠더라고요. 그 뒤로 오시는 분들께 사과드리고, 보상도 해드리면서 배웠습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어떤 상품을 가장 좋아하나요?
돼지고기 같은 경우는 삼겹살, 소는 불고기용이나 갈빗살 같은 게 잘 나가요. 갈비용 양념도 만들어서 판매하는데, 이게 부모님이 개발하셨거든요. 어머니 손맛이 참 좋은데, 감으로만 하시니까 맛이 왔다 갔다 했어요. 아버지가 깐깐한 성격이라 이걸 비율을 맞춰야겠다 싶어서 연구를 많이 하셨어요. 지금은 다른 음식점에서 레시피를 물어볼 정도로 소문이 났습니다.
가게를 들어서기 전부터 골목에서 고소한 냄새가 나던데, 곰국도 직접 끓이나요?
네. 어머니 때 처음 시작한 건데, 반응이 좋아서 계속하고 있어요. 이 시장에서는 우리가 가장 먼저 시작했거든요. 오래 하다 보니 언제, 어떻게 끓이는지 다 노하우가 있죠. 주말을 제외하면 매일, 하루 종일 끓이고 판매해요.
부모님 때부터 오랫동안 장사를 하셨으니, 그때부터 찾아오시는 손님도 많을 것 같아요.
90%가 그때부터 오시는 손님이죠. 그 시절부터 오시던 분들은 이제 50대, 60대가 되셨어요.
시장 내 청년협동조합에서 활동하시느라 바쁘게 지내신다고 들었어요. 청년협동조합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재래시장은 아무래도 나이 드신 분들이 많지 않습니까? 반대로 젊은 층은 적어요. 그중에서도 시장을 위해서 좋은 일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었어요. 상인들도 있고, 상인 분의 자녀들도 있죠. 올해 6월에 만든 아주 따끈따끈한 조합입니다. 일단 시장에 어르신 상인 분들이 많은데, 가게 구조를 바꾸고 싶어도 진열장 같은 건 무거우니까 쉽게 옮길 수 없잖아요. 그럴 때 청년들이 가서 도와드리고는 합니다. 시장 내 거미줄을 청소하기도 해요. 최소한 거미줄만 걷어내도, “대형마트나 백화점 가면 깔끔하고 좋은데, 여긴 왜 이렇게 지저분해?”하는 말은 안 듣잖아요. 여유가 생기면 시장을 좀 더 깨끗하게 정비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본업과 병행해서 시장을 돕는 게 사실 쉽지 않은 일일 텐데요. 이런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주변에 유익한 일을 해보는 게 제 꿈이었어요. 처음에는 기부할 곳을 찾다가, 이 시장에 도움이 될만한 걸 해보기로 한 거죠. 제가 좋아서 하는 거고, 제가 봤을 때 깨끗한 게 더 좋으니까 하는 거예요. 제게 이익이 돌아오지 않아도 후회가 없어요.
시장에서 하루를 어떻게 보내시는지 궁금합니다.
오전 9시 30분에 나와서 오후 8시에 닫아요. 오전에는 식당이나 공장에 배달하고, 오후에는 일반 손님들 드릴 고기를 준비해요. 협동조합 활동은 정해진 게 아니라 그때그때 하는 일이에요. 시장은 바쁘면 꼭 사고가 나거든요. 그러니까 오토바이가 빨리 달린다 싶으면 바로 멈춰 세워서 경고하거나 신고해야죠. 또, 불이 나면 바로 사용하도록 소화기를 미리 흔들어 놓거나 소방 시설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요.
시장의 크고 작은 어려움에 늘 관심을 두고 계시네요. 카카오가 지원하는 ‘우리동네 단골시장’ 캠페인에도 시장에 대한 관심으로 참여하게 되셨나요?
네. 시장이 발전하는 걸 간절히 바랐는데 이게 이루어지는 기분이었어요. 재래시장은 홍보하기가 어려운데, 사실 홍보 수단이 많이 필요하잖아요. 아무리 젊은 사람이라도 카카오톡은 잘하지만, 채널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몰라요. 이런 기회가 있다는 걸 듣고,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앞으로 어떻게 카카오톡 채널을 활용할지 계획하거나, 기대하는 것도 있나요?
재래시장만의 특징은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팔 수 있는 점이라 생각해요. 홍보만 잘 된다면 상품의 질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요즘엔 손님들 오시면 열심히 소문내고 있어요. 또 요즘엔 무조건 기록이더라고요. 이걸로 기록도 잘 남기려고 해요.
손님과의 신뢰를 소중히 여기고, 시장을 깔끔하게 돌보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그런 백선민 사장님을 움직이게 하는 소신은 무엇인가요?
어르신들 말씀 중에서, ‘상인들의 목숨줄은 신뢰다' 하는 말이 있거든요. 정말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신뢰가 있어야지 사람들이 믿고 찾아주시지, 이게 없으면 돈은 벌지 몰라도 오래 장사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저는 손님이 주시는 신뢰가 최고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