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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세월을 담은 맛, 건강하게 이어가야죠

박종민 사장님 ‘인순이네 반찬가게’

엄마의 세월을 담은 맛, 건강하게 이어가야죠

#8 수유전통시장

박종민 사장님 ‘인순이네 반찬가게’

소신상인은 작은 규모로만 불리우는 소상공인이라는 이름 대신, 이미 각자의 소신을 가지고 행동하며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전국의 상인들을 존중하는 카카오만의 관점입니다. 맛깔난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이 눈길을 사로잡고, 한쪽에는 노릇노릇한 반건조 생선이 군침을 자극합니다. 수유시장에서 보낸 엄마의 50년 세월을 담아, 딸의 손으로 정갈하게 차린 반찬가게. 그냥 지나칠 수 있나요? 여전히 부모님의 소중한 일터이자 딸의 새로운 도전이 이어지는 이곳, ‘인순이네 반찬가게’를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수유전통시장에서 ‘인순이네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박종민입니다. 50년 전, 부모님이 ‘합동상회’라는 가게를 수유시장에 처음 내셨어요. 수산물 전문점이었는데, 13년 전부터는 반찬가게로 전환해서 지금까지 왔어요. 제가 맏딸이라 항상 부모님을 도와드렸거든요. 어머니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제가 본격적으로 가게를 맡게 됐어요.

‘인순이네 반찬가게'에서는 주로 어떤 반찬을 주로 만들고 판매하나요?
처음 어머니가 반찬을 만들 때는 게장과 김치를 주로 하셨는데, 체력에 한계가 있어 게장에만 집중하기로 했어요. 간장게장과 양념게장, 그리고 젓갈류를 주로 판매해요. 아버지가 오랫동안 생선을 다루셔서, 생선구이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물려받은 비법에 나만의 노하우를 더해 자부심 있는 맛을 만들어요.”

진열대에 올라온 게장이 정말 먹음직스러워요. 맛있는 게장을 만드는 이곳만의 비법이 있나요?
간장을 정성들여 달여요. 좋은 재료도 많이 넣고, 부유물도 일일이 건져내면서 저희만의 비법으로 끓여요. 게장은 이틀 정도 간이 배어야 비리지 않아서, 판매할 때 언제 버무렸는지를 꼭 알려드려요. 2~3일 정도 숙성해서 드시면 맛있거든요. 드셔보신 분들은 다 맛있다고 하니, 맛에 자부심이 있어요.
정성을 많이 들여야 하는 만큼 바쁜 하루가 될 것 같아요. 가게의 일상은 어떤가요?
부모님은 새벽 4~5시에 나오셔서 생선을 손질하고, 건조해서 구워 내세요. 저는 아침 9시에 출근해서 게장 버무려요. 제가 운영을 맡으면서, 손님들이 더 먹기 좋도록 게장을 손질해서 상품으로 만들었거든요. 상품 준비하고 진열하고 판매하다 보면 저녁 7시까지 바쁘게 돌아갑니다.
여전히 부모님과 함께 일하고 계시나요?
어머니 아버지가 장사밖에 모르셔서, 취미도 일이세요. 처음에는 가게를 다 정리할까 했는데, 어르신 두 분이 소일거리 하며 움직일 수 있는 게 훨씬 건강한 방법일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가게를 물려받고 리모델링해서 다시 연 지 9개월 정도 됐어요. 부모님도 놀이터 삼아서 일하세요. 워낙 오랫동안 일하셔서 여전히 어머니 안부를 묻는 손님들도 많아요.
엄마와 딸은 가장 좋은 파트너지만, 함께 일하는 게 절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지금도 항상 혼나요(웃음). 저도 일할 때 제 나름대로 순서가 있는데, 어른들이 생각하는 순서랑 다른 가 봐요. 당신이 하시면 다 할 수 있을 거 같고, 제가 한 건 다 부족해 보이는지. 제가 막 하려는 순간, 그거 왜 안 했냐고 먼저 잔소리 폭격이 와요.
어머니와는 다른 박종민 사장님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어머니는 감으로 해오셨다면, 저는 게장 레시피를 만들고 있어요. 어떨 때는 짜다, 어떨 때는 싱겁다 소리 들으니까 일정한 맛을 유지하려고요. 요즘 트렌드에 맞게 너무 짜지 않고, 건강한 재료로 만들어 가고 싶어요.
오래된 가게라 단골 손님과 유대관계가 깊을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나요?
한 달에 한 번씩, 월급 타는 날마다 오셔서 양념게장 5만 원어치를 사 가는 분이 생각나요. 엄마들이 오실 땐 ‘우리 딸이 이거 아니면 안 먹어’ 하면서 사 가시는데, 그런 말이 제일 기운이 나요.
어릴 때부터 수유시장에서 놀며 자라셨으니 수유시장에 대해 잘 아실 듯해요. 사장님께 수유시장은 어떤 곳인가요?
손님 입장에서 보면 시장 규모가 크니까 물건도 다양하고 선택지가 많아서 좋은 곳이에요. 어머니가 장사하실 때 주변 분들과 많이 나누며 지내셨어요. 누구네 집 아들이 군대 간다고 용돈도 주시고, 동지 때 팥죽 해서 나눠 먹기도 하고요. 어머니 덕분에 저도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이웃들과 거리낌 없이 잘 스며들 수 있었어요.
카카오가 지원하는 ‘우리동네 단골시장’ 캠페인에 참여하고 계세요. 카카오톡 채널 교육을 시작하셨는데, 어떤 점을 기대하시나요?
저도 내내 누군가의 고객으로 살다가 제 이름으로 장사를 시작한 거잖아요. 저도 다른 가게의 카카오톡 채널을 사용해보기도 하고, SNS에서 물건을 사보기도 해봤으니 우리 가게에도 해볼 수 있겠다 싶었어요.
카카오톡 채널 교육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아직 시작 단계라 주변에 열심히 소문내고 있어요. 카카오톡 채널로 우리가 만드는 상품이나, 정성들여 만들고 있다는 것을 손님들께 알리고 싶어요. 그래서 매출에 좀 더 플러스가 되면 더욱 좋겠어요.
부모님의 오랜 역사를 이어서 가게를 운영하는 박종민 사장님, 이곳의 바쁜 일상을 지탱하는 소신은 무엇인가요?
내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건강하게 만드는 거요. 그건 제가 부모님께 자연스럽게 배운 거잖아요. 손님들도 “딸이 잘 먹어요, 아들이 잘 먹어요” 하면서 찾아주시니 대대로 이 맛을 이어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