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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들고, 함께 살아가자'는 초심을 지키고 싶어요

백호진 사장님 '싱싱생선백화점'

'함께 만들고, 함께 살아가자'는 초심을 지키고 싶어요

#6 신도꼼지락시장

백호진 사장님 '싱싱생선백화점'

소신상인은 작은 규모로만 불리우는 소상공인이라는 이름 대신, 이미 각자의 소신을 가지고 행동하며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전국의 상인들을 존중하는 카카오만의 관점입니다. 생선을 손질하는 손길뿐만 아니라, 깔끔하게 포장해서 밀키트로 만드는 발걸음도 바쁜 어느 생선가게. 주변 상점과 함께 상생하는 길을 찾아, 새로운 아이디어를 부지런히 실천하는 백호진 사장님을 만났습니다. 바쁜 일상이지만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특유의 다정한 인사를 건네는 마음을 함께 전합니다. "대박 나시고~!"

신도꼼지락시장 가운데, 싱싱생선백화점이라는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백호진입니다. 2001년에 처음 이곳에 와서 2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네요. 2005년부터 상인회 활동을 하면서, 지금은 상인회장을 맡고 있어요.

가게를 처음 발견했을 때, 굴비가 정갈하게 엮인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어요. 싱싱생선백화점의 인기 상품인가요?
굴비와 자반고등어가 효자 상품이에요. 제가 다 직접 손질하고 염해서 만드는 거에요. 굴비를 시작한 지는 한 20년 정도 됐어요. 처음에는 손질 안 하고 그냥 엮어서 팔았는데 '내장 손질을 해줬으면 좋겠다', '소금 간 해주면 좋겠다'같은 주문이 들어오다 보니 지금처럼 맞춰서 해드리게 됐어요. 깔끔하고 저렴하니까 많이들 좋아하세요.

“상인들이 같이 먹고살려고 협동조합을 만들었으니까, 처음 취지를 벗어나면 안되죠.”

직접 생선을 손질하고 판매하는 동시에 상인회 활동을 병행하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누구보다 바쁜 하루일 듯 한데, 어떻게 시작하고 마무리하세요?
아침 5시에 농산물 시장에 나가서 물건을 공수 해와요. 제가 생선가게만 30년째 하다보니 허리가 안 좋아서, 수술한 뒤로는 동생이 장을 봐요. 7시 쯤 가게 문을 열면 하루가 시작돼요. 물건 진열하고, 식당에 배닫ㄹ하고. 굴비 쭉 걸린 거 보셨죠? 전부 손으로 해야 되거든요. 비늘 긁고, 지느러미 따고, 배 갈라서 내장 빼고, 소금 절여 놓고, 엮고. 사이사이에는 시장 일때문에 회의도 하고, 손님도 맞이해야 돼요. 하루종일 바쁘게 움직이다가 저녁 8시에 문 닫고 집에 들어가죠.
생선가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제가 강원도 사람인데, 큰누님이 대전에서 생선가게를 했어요. 예전에는 생선가게가 김장철에 엄청 바빴거든요. 마침 전 제대한 후라 시간이 있어서 가게 일을 돕기 시작했어요. 바쁜 철을 보내고, 같이 장사를 해보자는 말에 본격적으로 시작했죠. 가게를 인수받아서 하다가, 지금 이 자리에 자리가 나서 왔어요.
예전에 인연을 맺은 단골 분들도 지금까지 오세요?
당연히 오시죠. 누님이 운영하실 때 단골 분들도 그대로 와주셔서, 덕분에 지금까지 잘 왔어요. 제가 여기 30대 초반에 왔을 땐 주 고객분들이 40, 50대였어요. 지금은 다 60, 70대가 되셨죠. 시장 주변에 식당이 많아서 납품도 해요. 그 분들 하고도 계속 관계를 이어가고 있어요.
신도꼼지락시장만의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개발해 온라인으로 판매하신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예전보다 가족 규모도 줄고 대형마트도 많아져서, 전통시장이 설 자리가 작아지는게 느껴졌어요. 제가 2006년부터 시장 상인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여러 지원사업에 꾸준히 참여는 했는데, 앞으로도 '우리가 계속 이런 지원사업을 받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사업이 끝난 뒤에도 우리 상인들의 힘으로 지원받은 걸 유지하고 싶어서 협동조합을 만든 거예요. 협동조합은 사업을 해서 수익을 내야 하니, 배달을 해야겠다 싶었어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서 온라인으로 주문받고, 그걸 협동조합에서 배달하는 식으로 수익을 내는 거죠.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영상통화하면서 물건을 고르고 흥정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어요.
고객이 반품을 신청하면 물건을 회수해야 하는데, 거기에는 또 비용이 들어가요. 그래서 배달을 가기 전에 물건을 직접 보여주기로 한 거죠.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심심하니까, 전통시장만의 특색을 반영해서 흥정할 수 있는 기능을 넣은거죠. 소비자가 애플리케이션으로 실시간 영상 보기를 선택하면 해당 가게와 연결이 돼요. 소비자가 '조금 싸게 주시면 안돼요?'물으면 500원이나 1천 원 단위로 할인도 해드리죠.
신도꼼지락시장만의 '밀키트'를 개발해서 판매하고 계세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애플리케이션 통해서 주문이 오면 배송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데, 배달비를 반영해서 물건값을 올리니 판매가 안되는 거예요. 자체 앱 말고도 지역 온라인 쇼핑몰이나 대형 플랫폼에도 입점해 있지만, 그런데는 우리 상품만 노출되는 게 아니라서 결제까지 이어지는게 힘들고요. 그래서 협동조합만의 특색 있는 물건을 만들어야겠다 싶었어요. 밀키트가 딱 괜찮을 것 같더라고요.
밀키트에 필요한 레시피도 상인분들이 직접 개발하신 건가요?
네. 전문업체에 의뢰하니 비용이 많이 들어서 우리가 직접 만들었죠. 시중에 판매되는 밀키트를 모두 먹어보면서 장단점을 찾았어요. 1찾 재료는 시장에서 충분히 공수하는데, 문제는 소스였어요. 그때부터 '이번 주는 동태탕 밀키트를 만들어야 합니다.'하면 점심마다 상인들이 모여서 동태탕을 끓이는 거예요. 소금을 더 넣었다가 뺐다가, 고춧가루를 더 넣었다가 뺐다가. 상인 뿐만 아니라 엄마 아버지, 동생들... 다 불러 모아서 입맛을 맞췄어요. 어르신들은 "야, 이거 너무 달다"하면, 젊은 사람들은 "아니에요, 더 달아야 해요."하며 3개월간 매일같이 한솥밥을 먹었어요. 그래서 저는 이 밀키트에 정말 자부심이 있어요.
보통 가게만의 특색을 살려서 밀키트를 만드는데, 여러 가게가 한데 뭉쳐서 신도꼼지락시장만의 밀키트를 만드는게 신기해요. 이런 방법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밀키트 하나를 팔면 5, 6개 가게에서 수익이 나요. 예를 들어 고등어조림 밀키트를 만든다면 고등어는 생선가게에서, 파는 A가게에서, 무는 B가게에서 납품받는 식이에요. 야채는 재고가 남으면 안 되니까, 아예 식당에서 야채를 가져오기도 해요. 그러면 남는 재료는 식당에서 요리에 활용할 수 있잖아요. 물론 원재료를 시장에서 한 번에 떼 오면 지금보다 마진은 더 많이 남길 수 있어요. 그래도 상인들이 같이 먹고살려고 협동조합을 만들었으니까, 처음 취지를 벗어나면 안되죠.
카카오가 지원하는 '우리동네 단골시장' 캠페인에 참여하고 계세요. 카카오톡 채널 교육을 시작하셨는데, 어떤 점을 기대하시나요?
시장을 널리 알려서 단골손님을 더 많이 만드는게 목표예요. 가게마다 카카오톡 채널을 만들고 있어요. 상인회 채널도 만들었고요. 가게마다 시장에 가까이 살면서 장을 보러 오는 손님들이 있을 거 아니에요? 상인회에서 각 가게 채널이랑 소식을 모아서, 그 모은 것을 근처 고객들에게 홍보하는거죠. 세일이나 이벤트를 널리 홍보하면 주변에서 찾아오는 분들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요?
30년 넘게 가게를 운영하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샂아님의 열정이 대단합니다. 그 시간 속에서 사장님이 지켜 온 소신은 무엇인가요?
초심을 잃지 않는 거예요. 밀키트 사업을 시작하면서 '주문이 들어온 동시에 제작한다'는 원칙을 세웠어요. 미리 만들어 놓는게 아니라요. 아무리 주문량이 많아도 주문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작업해요. 일일이 생선 손질하고, 자르고, 봉지에 넣고, 진공 포장하는 것까지 하니 훨씬 손이 많이 가죠. 그래도 우리 걸 먹어 본 사람들이 '싱싱해서 좋다'는 반응을 많이 보내주세요. 사람을 더 고용하더라도 이런 원칙을 깨지 않고 싶어요.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지금은 우리가 하루에 만들 수 있는 밀키트의 양이 한정돼 있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가게와 함께해서 조만간 공장 하나 세우고 싶어요. 창고로 쓸만한 넓은 공간도 필요하고, 일정하게 소스를 만들어야 맛도 지킬 수 있거든요. 카카오톡 채널에 라이브 커머스 소식도 알리고, 밀키트 개발 소식도 알리고 하면 공장을 세울 날이 더 빨리 오지 않을까? 많은 분이 찾아주시는 만큼 더 많이, 잘 만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