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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같이 지킨 맛이 꿈을 이뤄줬어요

유재홍 사장님 ‘삼우닭강정’

한결같이 지킨 맛이 꿈을 이뤄줬어요

#15 안양 중앙시장

유재홍 사장님 ‘삼우닭강정’

소신상인은 작은 규모로만 불리우는 소상공인이라는 이름 대신, 이미 각자의 소신을 가지고 행동하며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전국의 상인들을 존중하는 카카오만의 관점입니다. 안양 중앙시장의 어느 골목, 추운 날씨와 상관없이 늘어선 손님들의 시선이 꽂히는 곳은 오직 하나. ‘삼우닭강정’ 식구들이 닭강정을 튀기고, 양념하는 두 손입니다. 주문부터 요리까지 모든 분주한 과정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유재홍 사장님의 목소리. 가족과 함께 2대째 이곳을 지키면서, 변함없는 맛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사장님의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안양 중앙시장에서 13년째 닭강정을 만들고 있는 ‘삼우닭강정' 대표 유재홍입니다. 순살 닭고기를 튀기고, 가마솥에 양념을 버무려 닭강정을 만듭니다.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바로 요리해 드려요.

부지런히 튀기고 양념하는 손길이 분주해 보입니다. 보통 하루를 어떻게 보내시나요?
매장은 아침 10시부터 여는데, 9시 전에 출근해서 그날 판매할 재료 준비를 해요. 저는 미리 손질된 재료 대신 신선육을 직접 사서 손질하거든요. 튀길 때도 옛날 방식대로 밀가루와 전분을 배합해서 요리하고요. 하루가 시작되면, 재료 손질부터 판매까지의 과정을 계속 반복하죠.

“물려받은 비법에 저만의 한끗을 넣어서 맛집의 명성을 이어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간판에 ‘안양 2대 맛집’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는데, 부모님께서 이 가게를 운영하셨던 건가요?
장인, 장모님이 운영하시던 가게를 물려받은 거예요. 두 분은 1976년부터 이 자리에서 닭고기 판매를 하셨어요. 예전에는 지금처럼 치킨 전문점이 있는 게 아니라, 닭집에서 생닭부터 통닭, 닭강정을 다 요리해서 팔았거든요. 살아있는 닭을 손질하는 것부터 직접 다하신 거죠. 아버님은 어릴 때부터 안 해본 장사가 없는 분이세요. 마침 중앙시장이 규모도 크고 해서, 이곳에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시작하셨다고 해요.
닭 요리의 역사가 깊은 곳이네요! 유재홍 사장님은 어떻게 이 가게를 물려받게 되셨나요?
장인, 장모님이 장사를 오래 하시다 보니 힘에 부쳐서 가게를 내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 당시 저는 스포츠용품 매장을 운영 중이었는데, 매출이 줄어 걱정이 많던 차였어요. 이 가게는 단골도 많고, 닭강정도 정말 맛있는데 이대로 그만둔다는 게 너무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해보기로 결심했죠. 아버님도 처음에는 고민하셨지만,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대를 잇게 됐어요. 지금은 제 아내와 처남댁, 아들이 함께 일하고 있어요.
오랫동안 부모님이 운영하던 가게를 이어간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정말 부담스러웠어요. 처음 1년은 장인, 장모님이 곁에서 도와주셨어요. 저는 처음 음식 장사를 해보는 건데, 이렇게 힘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아무리 똑같이 계량하고 똑같이 튀겨도 그 맛이 안 나는 거예요. 단골분들도 제가 한 걸 맛보고, ‘아버님이 한 거랑 맛이 다르다'고 하시니 그땐 정말 힘들었어요. 아버님에게 혼도 많이 났고요.
지금은 아버님의 그 맛을 그대로 구현하게 되셨나요?
예전 그 맛에서 많이 바뀐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부모님 때와는 트렌드가 좀 달라요. 그러니 제가 어떤 건 빼고, 어떤 건 더해가면서 소스를 수정했어요. 예전에는 간장 소스에 졸이고, 물엿을 넣어 버무렸거든요. 요즘엔 간장 맛만 나는 건 별로 안 좋아하시니, 달콤한 맛을 더해서 만들어요.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맛을 유지하고 있어요.
오래 한 자리에서 장사하셨으니 꾸준히 찾아오는 단골손님이 많을 듯해요. 기억에 남는 손님도 있나요?
그럼요. 어른들 손 잡고 오던 분들이 이제는 성인이 됐어요. 본인의 레시피를 전해준 분이 기억나는데요, 하루는, “사장님, 닭강정을 상추에 싸서 반찬으로 드셔보세요.” 하는 거예요. 따라서 먹어보니 정말 맛있더라고요. 그때부터 ‘밥투정하는 아이들 있으면 이렇게 먹여보시라’고 오신 분들께 추천하곤 했어요. 그 말 듣고 사 가신 손님도 많으니, 그분께 참 감사하죠.
손님들이 나란히 앉아 차례를 기다리는 진풍경이 인상적입니다. 가게가 위치한 이곳, 안양 중앙시장에는 주로 어떤 손님들이 찾아오세요?
아무래도 재래시장이니 중장년층이 많이 오세요. 재래시장에서 파는 야채나 과일이 다른 데보다 훨씬 저렴한 편인데도 젊은 층이 적은 것 같아 아쉬워요. 먹거리가 많이 생겨서 젊은 분들이 더 많이 오시면 좋겠어요. 저도 장사하면서 다양한 연령대 분들이 찾아오실 때 기분 좋더라고요.
카카오가 지원하는 ‘우리동네 단골시장’ 캠페인에 참여하고 계세요. 카카오톡 채널 교육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금은 어르신들도 다 카카오톡을 사용하시니, 활용해보면 좋겠다는 생각만 있었어요. 우리 가게나, 전통시장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거든요. 어떻게 활용할지는 몰랐는데, 디지털 튜터분에게 도움받을 수 있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어요. 잘 배우고 있습니다.
앞으로 카카오톡 채널을 활용해 이루고 싶은 사장님만의 목표가 있나요?
새로운 고객분들이 유입되는 걸 기대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오프라인 판매가 점차 힘들어질 것 같거든요. 제 아이들을 보니, 나가서 직접 맛보고 사는 것보다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카카오톡 채널로 홍보를 많이 해서,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시면 좋겠어요.
아버님께 물려받은 가게를 가족이 함께 꾸려가는 모습이 대단합니다. 그런 유재홍 사장님이 앞으로도 지켜가고 싶은 소신은 무엇인가요?
처음 아내와 함께 이 가게를 물려받았을 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그땐 다른 가게처럼 번호표를 주면서 판매해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지금은 우리가 그렇게 하고 있더라고요. 꿈을 이루고, 손님이 많아져도 처음과 끝은 항상 같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닭강정을 안 드셔본 분은 다음에 올 수 있어도, 열 번 사 먹었는데 한 번 맛이 없었던 손님은 다시 오기 어렵잖아요. 그러니 손님들을 변함없이 대하고 싶어요.